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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순진 “탄소 중립의 모든 것,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윤순진 위원장은 "탄소 중립의 모든 것을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고 주문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게 없다. 지금 우리는 지구 가열화(Heating)에 따른 심각한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달 29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2050 Carbon Neutrality Commission, 탄소중립위)’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 탄소 중립에 대한 모든 것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대통령 소속 기구이다. 탄소중립위가 탄탄한 법적 근거에서 출발했으면 좋았겠는데 그렇지 못했다. 법적 존립 근거가 되는 탄소중립이행기본법(가칭)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위는 대통령령으로 우선 출범부터 했다. 탄소중립위 공동위원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민간 위원장인 윤순진 교수를 지난 11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탄소중립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 위원장은 “지금은 문명의 대전환기이고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며 “더는 탄소 문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탄소중립위 위원이 두 공동위원장을 포함해서 97명으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자칫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잘못하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 역사적으로 엄중한 시기인 만큼 절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위원장 자리를 요청받았을 때 이 때문에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에 대해서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상향 목표가 제출될 것”이라며 “2017년 대비 약 24.4% 감축하겠다는 기존 목표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로 건설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중단과 폐쇄 문제와 관련해 윤 위원장은 “‘문을 닫게 할 수 있을까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중단할 수 있을까요’로 질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며 “석탄은 화석연료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폐쇄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전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 윤 위원장은 “탄소 배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비용을 부담시킬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며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기초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책연구원에서 탄소세와 관련해 연구하고 있고 이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토론을 통해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윤 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생활 속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전환과 탄소 중립에 대한 정확한 입장과 계획을 밝힌 정치인을 뽑는 ‘정치투표’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효율 제품 생산, 포장재 감량과 재활용 소재 사용 등 탄소 중립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의 상품을 많이 구매하는 ‘화폐 투표’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는 길었다. 무엇하나 가볍게 넘길 사안도 아니었다. 가능한 있는 그대로를 공유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소 중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 Q1. 산업부문, 탄소 중립 왜 중요한가.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0ONpUYfXoSQ) “정부가 지난해 11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 산업부문 배출량이 36% 정도 된다. 거기다 산업부문이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써서 전환부문 배출 통계로 잡히는 간접배출까지 합하면 전체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산업에서 제조업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몇 년 전 30% 초반이었다가 2018년에는 수출 비중이 37%까지 커졌다. 해외시장 변화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탄소 중립 흐름이 우리나라보다 더 거세다. 탄소 중립은 국내 문제가 아니다. 국제 시장이 바뀌고 있다. 게임 규칙이 변하고 있다. 그 규정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산업의 미래가 없다. 탄소 중립을 두고 정부가 산업계를 압박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있다. 더는 피해갈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외 변화를 자세히 파악해 대응을 잘 해야 한다.” Q2. 탄소 중립 지향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tQgW61sSb-4)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 대응이 중요하다. 그동안 국제사회 압력으로 수동적 입장이었다면 이젠 우리 스스로 선도적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그동안 기후위기 문제는 기상 이변의 문제로 국한됐던 측면이 강했다. 지금은 다르다. 기후위기가 가져올 파국을 피하기 위해 국제 질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 탄소 배출에 있어 비용 지불이 없었다. 이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엄청난 대변화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추격형으로는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능동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가 이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문명의 대전환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게 바뀌어야 한다. 탄소 문명이 미래에는 존재할 수 없다. 탈탄소 문명으로 나아가고 있다. 문명사적 대 전환기로 삶 전체가 탈바꿈해야 할지도 모른다.” Q3. 탄소중립위원만 97명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할 텐데.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pHAqQ0CkLwg) “정부 부처 장관 당연직 위원 18명과 민간위원 77명,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2명 등 97명이 탄소중립위에 참여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위원장 자리 요청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칭찬받을 일보다 비난받을 일이 더 많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시민단체와 산업계에서 바라보는 탄소 중립 인식은 너무 다르다. 극과 극이다. 여기에 여러 층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첨예할 것이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비판이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고 미래세대의 문제이다. 다른 생물 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를 못 막아내서 비판받는 것이 오히려 더 걱정됐다. 모두가 원하는 총합을 끌어내기는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자리라면 기후변화 분야에서 20년 이상 공부하고 활동한 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Q4. 탄소중립위 의사결정 구조를 알고 싶다.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CVgqY-v930)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아직 탄소중립위는 법률에 기초하고 있지 못하다. 국회에서 법률 제정이 늦어지고 있다. 탄소 중립은 중요한 과제이고 시급한 문제여서 대통령령으로 우선 출범했다. 2030 국가 탄소 배출 감축목표(NDC)를 얼마나 상향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탄소중립위는 탄소 중립에 대한 정부 정책, 이행점검, 다양한 법 제도 개선, 국민 의견수렴 등에 대해 심의하는 기구이다. 8개 분과가 있다. 기후변화, 에너지혁신, 경제산업, 공정전환, 녹색생활, 과학기술, 국제협력, 국민참여 분과 등이다. 분과 단위로 여러 논의를 이어갈 것이다. 분과에서 전문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 많다. 분과위원회와 더불어 전문위원회도 있다. 전문성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분과위와 전문위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파트너 관계이다. 과학적 기반을 갖추고 논의할 것은 전문위원회에서 다룬다 이해당사자들이 많다 보니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소통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책 수용성이 높아진다. 대화와 소통으로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이해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협의체를 두려고 한다. 산업계, 노동계, 농민계, 시민사회계, 청년, 지자체 등 다양한 층위의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도 탄소 중립의 의미와 논의를 알아야 한다. 500~550명 정도의 국민정책참여단을 만들 예정이다. 예전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국민정책참여단을 뒀는데 평가가 괜찮았다. 나이, 성별, 지역, 직업 등을 고려해서 국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분들을 정책참여단으로 참여시킬 것이다. 국민정책참여단이 다루는 문제, 고민하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 분들만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밥상머리에서 가족과 함께 탄소 중립을 두고 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이 모든 시스템을 통해 탄소 중립에 대해 광범위하게 사회적 대화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Q5. 2030 NDC 얼마나 높여야 하는지 결정됐나.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VRfvNEnsfRQ) “NDC 상향 발표 시점이 당겨졌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임기 내 발표하겠다고 했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기후정상회의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NDC를 상향하고 연내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공동선언문에서 10월 초까지 잠정안을 발표한 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10월 말까지는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 상향치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 이를 논의해야 하는 게 탄소중립위의 역할이다. 정부 부처가 초안을 만들고 있다. 이를 놓고 적정한지 판단할 것이다. 논의를 거쳐 정부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안을 내놓을 때 협의체와 대화를 할 것이고 국민정책참여단에게도 물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정부안이 확정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2030년 배출 전망치보다 37%를 줄이겠다고 했다. 배출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 전망치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문재인정부에서는 2030년 감축 목표를 2017년 배출량과 비교해 24.4% 줄이겠다고 절대기준으로 전환했다. 이 목표치로 판단한다면 우리가 2030년 배출할 수 있는 배출량은 약 5억3천600만 톤이다. 이 목표치조차 너무 낮다는 국제적 비판이 있다. 이 정도 감축 목표치는 지구 온도가 3~4도 올라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5도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상향된 목표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인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2030년에는 2010년과 비교했을 때 이산화탄소를 45%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각국의 NDC 목표가 상향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높일 것인지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다. 오는 11월에 COP26에 상향치를 제출할 때 기준연도가 예전의 2017년이 될지도 미지수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추세를 보면 2018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과 2020년 배출량이 줄었다. 2018년 7억 톤대였는데 2019년에는 6억 톤대로 낮아졌다. 2020년 배출량 잠정치를 보면 2019년보다 7.3% 줄었다. 이 감소추세를 계속 지속해야 한다. 높은 감속률로 배출량을 줄여갈 때 탄소 중립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Q6. 7기의 신규발전소 건설 등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문제가 초미의 관심이다.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0MYkUNt-16U) “현재 정부는 신규 석탄발전 인허가 금지, 노후 석탄발전 폐지 등 석탄발전 감축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까지 석탄발전기 60기 중 절반을 폐지하거나 LNG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젠 근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단 또는 폐쇄)할 수 있을까요’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중단 또는 폐쇄) 가능할까요’로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하는 원전 폐쇄와 현재 문제가 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다르다.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민자 발전소이다. 이명박정권이 2012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가 무더기로 들어섰다. 그 이전의 민자 발전소는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였다. 2001년 한전이 6개 발전 자회사로 분할됐다. 그 이후로 발전 부문에서 민자가 조금씩 들어왔다. 처음엔 LNG였다. 이명박정권부터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규모로 민자로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민자라고 해도 국책은행의 대출 등 공적자금이 들어가 있어 정부가 중단할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정부가 그렇게까지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는 2024년에 완공된다. 문제는 이게 민자이기 때문에 사업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에게 정부가 ‘문 닫으라’라고 강제 명령할 수 없다. 문제는 보상이다. 독일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 데 정부가 보상하고 관련 인력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졌다. 결국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얼마나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화석에너지원 중에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하는 게 답이다. 2019~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배경에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이 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정부는 계절 관리제를 시행했다. 석탄화력발전소 24기 가동을 강제로 중단시켰다. 가동하더라도 최대 80%만 운전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과 폐쇄에 대한 출구 전략이 중요하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 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복잡하다. 건설과정에 노동자,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만 하더라도 사업 주체인 포스코에너지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식의 지원과 보상이 필요한지 파악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석탄발전이란 것은 너무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원이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은 문제이다.” Q7. 탄소세 도입 어떻게 해야 하나.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b5bfwNT1MQk) “지금 조세제도는 탄소 문명에 기초하고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데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세계 전체는 이제 탄소 문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소세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이다. 수송부문에는 유류세가 있다. 앞으로 수소, 전기차로 바뀌면 유류를 쓰지 않는다. 유류세를 통해 계속 세금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도로 유지 보수, 사회적 비용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할 텐데 지금 시스템으론 적절치 않다. 어떻게 하는 것이 탄소 중립 조세 체계인지 살펴봐야 한다. 유류세를 탄소세로 바꾸자는 논의도 있다.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벌써 논의와 합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2050 탄소 중립은 바꿀 수 없는 목표이다. 우리나라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기존 목표보다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보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에 대해 논의하고 도입해야 한다. 탄소 배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비용을 부담시킬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국책연구원에서 탄소세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연구결과 나오면 발표될 것이다. 사회적 토론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지 않겠는가.” Q8.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지적도 있다.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rT98WULGPFk)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하지 않으면 투자자로부터 투자유치가 어려운 현실이다. 기업은 투자가 필요하다. 연기금으로부터의 투자도 있다. 금융기관, 일반투자자 등은 앞으로 ESG 경영을 하느냐, 않느냐를 투자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이른바 녹색세탁(그린워싱)이란 논란은 선언만 해놓고 내용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투자가 이어지겠는가. 무엇이 ESG 경영인지에 대한 자세한 지표가 나오고 있다. 평가체계가 있어야 한다. 정밀한 평가체계가 마련될 것이다. 기업은 정기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놓는다. 물론 자화자찬이 많고 한 것보다 더 많이 보여주려 애쓰는 게 대부분이다. 이를 토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된다. 제3자 검증을 해야 한다. 기업이 미사여구를 써놓는다고 무조건 수용되는 현실이 아니다.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 평가체계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춰놓고 ESG 선언하기는 사실 어렵다. 선언부터 해놓고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를 두고 그린워싱이라고 무조건 비판하기보다 그 방향으로 점점 더 나가도록 감시하고 독려해야 한다. RE100이라는 게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선언이다. 첫해인 2014년 말에 13개에 불과했는데 2021년 현재 314개로 급증했다. 이런 기업이 정말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 쓰고 있는지는 확인하면 된다. RE100 위원회에서 관련 연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Q9. 오래된 나무 베어내고 묘목을 심어 탄소 중립하겠다는 산림청 정책이 논란이다.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JvWFpsmq9g0) “과학적 근거를 가진 논의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한쪽에서는 멀쩡한 나무를 베어낸다고, 나무는 오래될수록 흡수능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산이 정말 멀쩡한지 검토부터 해야 한다. 산림청은 지금 우리나라 산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조림사업은 1970~80년대 주로 했다. 당시 나무를 심을 때 산이 황폐해진 상태여서 토질 회복과 산사태 예방을 위해 흙을 붙잡아 주는 것에 주목했다. 여기에 밀식(촘촘히 심음)을 많이 했다. 중간중간 간벌(나무를 군데군데 베어냄)을 통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1970~80년대 나무를 심을 때는 무임 노동이나 싼 인건비로 심었는데 간벌하려다 보니 경제 수준이 높아진 상황이라 인건비로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우리나라 산은 67% 정도가 사유림이다. 또한 산주가 해당 지역에 사는 경우가 아닌 부재 산주가 대부분이다. 산주가 산을 건강하게 잘 보존했을 때 주어지는 인센티브가 없었다. 바깥에서 보기에 우리나라 산은 푸르고 짙다고 생각한다. 산림녹화에 그 어느 나라보다 성공한 국가라는 자부심도 있다. 산림을 건강하게 가꿀 때는 정기적으로 간벌을 통해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산은 임도가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 간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이런 전후 사정 설명 없이 나무를 무더기로 잘라놓은 민둥산의 이미지만을 부각되어 시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림에 대해 과학 경영, 지속 가능한 경영이 부족했다. 이번 기회에 바꾸자는 게 산림청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무를 심어만 놓고 내버려 두면 잘 자라서 흡수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산림청에서는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여러 의견을 놓고 어떤 게 과학적 타당성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 숲은 탄소흡수 능력 이외에도 생물 다양성, 산사태 문제 등 함께 고려해야 할 다양한 이슈들이 있다. 심미적 영향까지 있다. 이런 모든 것을 아울러서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 논의가 있었어야 했는데 논의가 없었던 게 문제이다. 많은 정보와 자료를 놓고 이해관계자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사회적 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이 추진전략을 국민 눈높이에서 되짚어 보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산림청이 환경부와 협의해 곧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것으로 알고 있다.” Q10.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관련 인터뷰 보기(https://youtu.be/o5xK8qK6GmM) “기후위기 문제는 더는 북극곰, 개발도상국,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여기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와 가족,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이다. 에너지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우리나라는 86.9%나 된다. 전 세계 에너지 부문 평균인 73.2%보다 높다.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생활 속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저 같은 경우엔 집안 곳곳에 멀티탭을 설치하고 있다. 대기 전력을 줄일 수 있다. 절약이 곧 생산이다. 우리나라는 LNG 발전소를 50개 넘게 갖고 있는데 1년 내내 연소시키는 게 아니다. 여름 한 철 전력 소비가 급증할 때가 있는데 그때 며칠을 위해 지어놓은 것도 있다.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면 굳이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된다. 그 어떤 에너지도 환경에 부하를 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재생에너지도 환경문제가 있다.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이라고 해서 환경문제가 완전 ‘제로’인 것은 아니다. 물론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기존 석탄화력이나 원전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재생에너지라 하더라도 발전소 관련 시설물은 덜 설치하는 게 좋다.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날씨가 더워지는 6월인데도 화장실 비데에 따뜻한 불이 들어와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갈 때마다 다 끈다. 이런 생활 속 에너지 소비 줄이기를 실천해야 한다. 집에 대기 전력을 줄이면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5%를 줄일 수 있다. 소비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국민도 이제 에너지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아파트에 사는데 저는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 미니 태양광으로 냉장고, 세탁기, TV 등을 돌릴 수 있다. 예전에는 독일에서는 원자력이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내 뒷마당에는 절대 안 돼’라는 님비(NIMBY, No In My Back Yard)가 유행이었는데 최근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임비(YIMBY, Yes In My Back Yard)로 바뀌고 있다. 내 뒷마당부터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달라진 의지의 표현이다. 두 번째로 정치투표를 잘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이젠 에너지전환, 탄소 중립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부족한 사람이나 전혀 없는 이들은 선거 때 평가받아야 한다. 선거가 끝나도 임기 내내 지속해 압박을 가해서 에너지전환과 탄소 중립을 위해 법과 제도, 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국민 대다수가 변화될 수 있다. 세 번째로 소비자의 ‘화폐 투표’가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이용에 적극적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에 나서는 기업, 재활용을 잘 하거나 재활용 소재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포장재를 적게 쓰는 기업,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에 소비자들이 돈을 써야 한다. 화폐 투표를 통해 소비자들은 탄소 중립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 ◆윤순진 위원장은 윤순진 위원장은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탄소 중립에 대한 구체적 여러 수치는 물론 여러 관련 통계까지도 줄줄 외우고 있었다. 조금은 두려움과 걱정도 있어 보였다. 그는 솔직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거다. 첫 마디가 “솔직히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 소속 위원회가 그렇듯 ‘면피용’ ‘회피용’ 위원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도 있다. 탄소중립위는 대통령령으로 먼저 출범했다. 탄소중립위의 존립 근거가 되는 관련 법률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에 97명의 위원이 참여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사회 전체 의견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윤순진 위원장은 "국민 모두가 탄소 중립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모든 이들이 찬성하는 총합을 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노력은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2050 탄소 중립은 우리 문제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미래세대에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윤 위원장은 1967년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델라웨어대 대학원에서 도시문제와 공공정책학 석사, 같은 대학원 환경에너지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와 부회장,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장,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거쳤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이번에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다. 20년이 넘는 동안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로 꼽힌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1.06.14 재생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