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밴프에서 갈색곰과 산딸기 먹는 ‘흰색 곰’ 발견
“알비노, 교잡종 아니다…열성 유전자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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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에서 발견된 흰색 곰(오른쪽). 형제로 보이는 갈색 곰(그리즐리곰)과 함께 산딸기를 찾고 있었다.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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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록키산맥의 밴프국립공원 근처에서 하얀색 털을 지닌 곰이 발견되어, 소셜네트워크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밴프의 한 숙박시설에서 일하는 칼 넬슨은 지난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희한한 곰을 목격했다. 하얀색 털을 가진 북극곰 한 마리가 도롯가 울타리를 따라 산딸기를 따 먹고 있었던 것. 덩치로 보아 다 크지 않은 아성체로 보였다. 게다가 하얀색 곰은 갈색 털을 가진 곰과 함께 있었다. 그는 1일 캐나다 공중파 방송 ‘시비시’(CBC)와 인터뷰에서 “일생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장면이었다. 자동차 속도를 늦추고 짧은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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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곰의 정체는?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볼 수 있는 곰은 갈색 털을 지닌 그리즐리곰(갈색곰)과 검정 털을 지닌 흑곰이다. 하얀색 털을 가진 북극곰은 캐나다 북극권과 알래스카, 그린란드 등 북위 66도의 북극선을 중심으로 이동하며 산다. 가장 남쪽의 서식지로 알려진 캐나다 처칠의 위도는 58도, 하지만 이 곰이 발견된 밴프국립공원은 거기서 훨씬 내려간 북위 51도다.
수수께끼는 캐나다 국립공원관리국에서 “예전부터 알고 있던 그리즐리곰”이라고 밝히면서 풀렸다. 국립공원관리국은 2018년 이 곰이 처음 발견된, 세 살 된 그리즐리곰이라고 다수 매체에 밝혔다. 이 곰은 형제와 함께 밴프와 요호 국립공원 사이에서 지낸다고 덧붙였다.
이 흰색 그리즐리곰은 멜라닌 색소가 합성되지 않는 유전 질환인 알비노(백색증)를 가진 것은 아니다. 아주 드물게 특정 열성 유전자가 표현되면 이런 털 빛깔이 나온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에서 이런 색깔이 표현되지 않더라도 자식 세대에 나올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국 관계자는 22일 ‘글로벌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알기론 록키산맥의 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사례”라면서 “그리즐리곰은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털색부터 갈색과 노랑색에 이르는 넓은 분포의 털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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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갈색곰 교잡종도 있다
북극곰과 그리즐리곰은 진화적으로 가깝다. 북극곰은 약 15만년 전인 신생대 말기인 홍적세 때 그리즐리곰에서 갈라진 뒤 진화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과 침팬지가 갈라진 게 550만년 전이다!) 유럽 북부와 시베리아가 두꺼운 얼음에 덮여있던 대빙하기였다.
지금도 그리즐리곰과 북극곰의 서식지는 캐나다 북극권 등에서 일부 겹친다. 그래서 두 종은 교미하여 잡종을 낳기도 한다. 최근의 기후변화로 그리즐리곰의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이런 사례가 늘었다는 추정도 있다. 2017년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 환경자연자원부의 연구팀이 학술지 ‘아크틱’에 낸 논문을 보면, 8마리의 그리즐리곰-북극곰의 교잡종을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한 마리의 암컷 북극곰이 각기 다른 두 마리의 그리즐리곰과 교미해 4마리의 교잡종이 탄생했고, 다시 2세대에서 4마리가 생겼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번에 흰색 곰이 발견된 캐나다 록키산맥은 북극권에서 한참 떨어진 이남 지역이어서 이 곰이 교잡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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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그리즐리의 이름은 ‘나코다’
지역 주민들은 이 곰의 이름을 ‘나코다’라고 지었다. 이 지역 주민들의 모임인 ‘보우밸리 네트워크'는 22일 페이스북에 “수백명의 제안을 받고 투표를 거쳐 나코다라는 이름을 정했다”며 “야생에서 나코다를 마주치면 방해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밝혔다. 나코다는 이 지역의 원주민 부족인 치니키, 웨슬린, 베어스포 족의 언어로 ‘친구’ 혹은 ‘동지’라는 뜻이다. 보전과학자인 마이크 기뷰은 ‘시비시’와 인터뷰에서 “특이한 생김새의 동물은 사진가들을 불러모을 것”이라며 이 곰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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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의 한 숙박시설에서 일하는 칼 넬슨은 지난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희한한 곰을 목격했다. 하얀색 털을 가진 북극곰 한 마리가 도롯가 울타리를 따라 산딸기를 따 먹고 있었던 것. 덩치로 보아 다 크지 않은 아성체로 보였다. 게다가 하얀색 곰은 갈색 털을 가진 곰과 함께 있었다. 그는 1일 캐나다 공중파 방송 ‘시비시’(CBC)와 인터뷰에서 “일생에 한 번 마주칠까 말까 한 장면이었다. 자동차 속도를 늦추고 짧은 영상을 찍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