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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돌핀스는 “이날 수중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종달이 몸에 추가로 감긴 낚싯줄에도 찌와 함께 생미끼로 쓰인 넙치가 매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
쓰고 버린 낚시도구가 입과 꼬리에 얽혀 고통받던 제주남방큰돌고래 ‘종달’이 한 달째 관찰되지 않고 있다. 종달의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 해온 시민단체들은 “안타깝게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해양생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등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12일 보도자료를 내 “낚싯줄에 얽힌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구조 시도 1년 8개월 만에 사라졌다”고 알렸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관찰된) 5월14일 오후, 종달이는 또 다른 낚싯줄에 감긴 채 발견됐다”며 “발견 당시 종달이는 얼굴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에 얽히고설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꼬리지느러미 또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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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폐어구에 얽힌 채 발견됐던 새끼 제주남방큰돌고래 ‘종달’이 지난달부터 관찰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14일 또 다른 낚싯줄이 감긴 채 발견된 종달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
구조단은 긴급 상황을 인지한 뒤 해양수산부에 긴급 구조 승인을 요청했고, 이튿날 새벽 수의사·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 등과 함께 긴급 구조를 시도했지만 끝내 종달이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종달이의 어미인 ‘김리’가 새끼 없이 다른 무리와 함께 있는 모습이 확인돼, 구조단은 종달이가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김리는 강한 모성 본능을 보이며 낚싯줄이 얽힌 종달과 늘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종달이 폐어구에 얽힌 채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23년 11월이다. 종달은 발견 당시 입 주변에 낚싯바늘이 꿰이고, 꼬리지느러미에 2.5m 가량의 낚싯줄이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이에 지난해 1월 제주도와 해양수산부,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이 구호 작업에 나서며 2차례에 걸쳐 낚싯줄을 절단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차 낚싯줄 제거 작업 이후에도 부리와 꼬리지느러미에는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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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4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촬영된 남방큰돌고래 종달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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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돌핀스는 “이날 수중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종달이 몸에 추가로 감긴 낚싯줄에도 찌와 함께 생미끼로 쓰인 넙치가 매달려 있었다”고 전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
이후에도 구조단은 종달의 상태를 모니터링 해왔는데, 지난 3월 초부터 유영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상태가 부쩍 악화됐다고 한다. 구조단은 “당시 곧바로 해양수산부에 추가 구조의 시급성을 알리고 즉각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재차 건의했지만, 명확한 절차·권한·예산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조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제2의 종달’이 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단은 “지난 10년간 제주 바다에서는 낚싯줄에 얽힌 돌고래가 해마다 발견되고 있다”면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지만, 갯바위 낚시가 성행하며 일부 구간에서는 넙치를 생미끼로 사용하는 찌낚시도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종달이 마지막으로 관찰될 당시, 추가로 감긴 낚싯줄 이외에도 생미끼로 추정되는 넙치가 찌와 함께 달려있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꼬리지느러미에 밧줄을 매달고 다녔던 남방큰돌고래 ‘행운이’에게 폐어구가 추가로 얽힌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
구조단은 남방큰돌고래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돌고래의 서식지 전체를 포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역(2.36㎢)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들은 “생태계를 위협하는 선박 관광과 낚시어선을 이용한 불법 돌고래 관광, 무분별한 낚시 등 인간 활동에 대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및 관리 조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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