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6일) 법사위 국정감사, 한자리에는 없었지만 마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공방을 보는 듯했습니다. 대검 국감에서 쏟아낸 윤 총장의 발언을 추 장관이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윤 총장에 대해서 전방위 감찰을 시사하기도 했죠. 감찰 결과에 따라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해임 건의도 검토하겠다, 이런 발언도 했고요. 감찰이 현실화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27일) 최 반장 발제에서 관련 속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장관이 행사한 수사지휘권은 위법하다" 국정감사장을 흔들어 놓은 검찰총장에 대해 장관은 감찰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미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석열 총장이 검사에게 술을 접대했다는 김봉현의 주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기 전에는 보고받은 적 없다고 하자, 추미애 장관은 국감이 진행 중이던 그 시각 전격적으로 감찰을 지시했죠. 여기에다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의혹에 대해서도 감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검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부장 전결로 처리한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법무부가 현직 검찰총장을 감찰한 건 2013년 채동욱 전 총장을 제외하곤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당시 황교안 장관이 감찰을 지시하자 채 전 총장은 사표를 제출했죠. 즉 총장에 대한 감찰은 사실상 거취 압박으로도 풀이됩니다. 실제 그런 분위기도 감지되는데요.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위법, 규정 위반 사항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되지 않겠냐며 장관이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했고, 추 장관도 감찰 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의견을 참고해 해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총장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임기 2년이 보장됩니다. 특히나 윤 총장은 대통령으로부터도 사실상 사퇴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런 주장도 합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지난 22일) :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가지고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라고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송기헌/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윤 총장이 거짓말했다?) 그럴 수도 있고요. 본인이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고. 대통령을 방패막이로 해서 자신에 대한 비난을 좀 막으려고 하는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추미애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는데요. 추 장관은 현직 검사에게 술을 접대했고 그 가운데 라임 사건 수사팀에 합류한 검사도 있다는 등 김봉현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어제) : 김봉현의 진술에 의하면, '강남 술집에서 고액의 향응을 받은 검사가 바로 이 사건 수사팀장으로 투입돼서 복도에서 마주쳤다' '깜짝 놀랐다' '아는 척하지 말라, 라고 하더라'고 돼 있고요.]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라임 사건 수사팀장이라고 지목한 건 사실상 특정인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죠. 국민의힘에서는 아직까지 접대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난 게 없다며 오히려 추 장관의 발언이 거짓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상범/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추미애 장관께서 가끔씩 그렇게 과도하게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 말씀은 지금 의원님께서 허위사실로 보신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러면?) 제가 아는 바로는 지금 현재 담당 검사가 그와 같이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없다, 이렇게 저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의 국감을 거치며 추미애, 윤석열 간 진실게임도 펼쳐졌는데요. 추 장관 취임 후 첫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추 장관은 총장이 자신의 명을 거역했다고 했고, 윤 총장은 장관이 관례를 무시하고 자신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맞섰죠. 윤 총장은 당시 추 장관과 이런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 (지난 22일) : 저보고 초안을 짜라, 그래서 제가 '아니, 장관님 어디 검찰국에서 기본안이라도 좀 해서 주셔야 제가 하지 않겠습니까' 그랬더니 본인은 제청권자이고 인사권자가 대통령이시기 때문에 아마 인사안이 청와대에 있을 겁니다, 청와대에 연락해서 받아보시고 거기에 의견 달아서 보내주세요, 이러더라고요. 청와대에서는 펄쩍 뛰죠.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장관의 입장은 다른데요. 추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윤 총장이 이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어제) : '의견을 먼저 주면 내 사람이 다 드러나게 되는데, 의견 제출을 하지 않겠다' 라고 거부를 하고 도리어 '법무부 인사안을 먼저 내놓으면 의견을 그때 가서 제출하겠다' 한 바가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발언 가운데, 장관이 총장에게 청와대에 연락해 인사안을 받아보라고 했다는 건 사실인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장관과 총장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다 보니 이런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어제) : 장관님하고 윤석열 총장하고 같이 앉아가지고 대질 국감 한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예?]

[추미애/법무부 장관 (어제) : 의원님은 검사를 오래 하셔서 대질조사를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요. 공직자로서는 예의가 있는 것이죠.]

[김도읍/국민의힘 의원 (어제) :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그렇게 얘기했으면 장관께서는 국민들께 그런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사실관계 확인해 줄 의무가 있다고 보는데요? (왜 의무가 있습니까? 인사에 대해서 의견을 들었고.) 그러면]

[추미애/법무부 장관 (어제) : 인사에 대해서 제청권자로서 법에 따른 의견을 들었다, 라는 것인데 왜… (윤 총장의 이 발언 내용이 사실로 보면 되는 겁니까? 그러면 윤 총장의 이 발언 내용이 사실로 보면 되는 겁니까?) 그건 윤 총장과 해결을 하십시오.]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장관이 이렇게 얼굴을 붉히기만 한 건 아닙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분위기도 펼쳐졌는데요. 물론 발단은 공방이었습니다. 장제원 의원은 첫 질의에서 각종 여론조사를 인용해가며 추 장관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어제) : 50% 이상의 국민들이 추 장관에게 마음이 떠났다고 보여지는데 야당의 주장이 근거가 없어 보이십니까?]

[추미애/법무부 장관 (어제) : 많은 부분은 장제원 위원님도 많이 가공을 하셨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공이요? 로우 데이터 보여드릴게요. 아 로우 데이터 제가 제출하겠습니다.) 언론이 제 아들과 저에 대해서 한 31만건 보도를 했어요.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렇게 무차별적 보도를 하고 여론조사를 한다면, 네 저렇겠죠. (예예. 알았어요.) 의원님도 장관 한번 해 보십시오.]

"장관 한 번 해보라"는 말을 미처 듣지 못했던 장제원 의원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오후 질의에 나서면서 "제가 이렇게 또 다른 도전의, 목표의 꿈을 심어주셔서 참~ 우리 추미애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라며 화답을 했는데요. 추 장관도 덕담을 아끼지 않으면서 이날 가장 화기애애했던 시간이었는데요. 물론 두 사람 덕담 속에 담긴 언중유골을 봐야죠.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어제) : 어차피 이 정권에서는 (장관) 안 시켜주실 것 같으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또 일 열심히 해서 우리가 정권을 잡아서 비법조인 출신 장관이 한번 될 수 있도록 제가 꿈을 한번 키워보겠습니다. 제가 장관이 되면요, 이 세상 시끄럽게 안 하고, 검찰하고 이렇게 충돌 안 하고 잘 설득하고, 또 야당과도 소통 잘해가고… (네 응원하겠습니다.) 예 나중에 제가 장관 되면 전임 장관으로 잘 모실게요 선배님! (많이 지도해드릴게요.)]

둘 다 칭찬을 하고 있지만 왜 제 귀에는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걸까요.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국감장은 벗어났지만…민주당 "윤석열, 해임건의 가능" 국민의힘 "추미애, 명예훼손 가능" > 입니다.

최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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