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학부모의 마음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침 일찍이 (say!) 책가방 끼고 (say!) 종점 종점으로 달려갔더니 (say!) 무교동 버스 (say!)"

우렁찬 함성이 학교를 가득 메우고 한 치의 오차 없는 칼군무는 압권입니다.

한 고등학교 1, 2학년 후배들이 수능을 하루 앞둔 날, 고3 선배를 위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전통의 응원전이랍니다.

시험 당일 날, 고사장 앞에선 코가 빨개진지도 모른채 북치고 장구치며 소리를 높이죠. 기운을 북돋던 이 소리들, 올해는 사라집니다.

적막감 속에 체온 측정하는 새 풍경이 그려지겠지요.

올해 고3 학생들은 2002년생, 월드컵 둥이로 불렸습니다. 4강 신화를 이룬 때에 태어났지만, 학창 시절에 주요 감염병을 모두 겪은 비운의 세대기도 합니다.

초등학생 땐 신종플루가 유행했고, 중학생 시절엔 메르스, 그리고 사회로 가는 첫 관문 앞은 코로나19가 가로 막고 있죠.

'2002년에 태어나 죄송하다'는 수험생의 자조가 살얼음판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집 안에서도 문자로 대화하며 가족과 자발적 생이별을 하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일상을 잠시 내려두는 것 뿐입니다.

유은혜 / 교육부 장관
"우리 국민 모두가 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으로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모든 일상적인 친목활동을 잠시 멈춰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2019학년도 수능 시험지 첫 장에 적힌 문구입니다.

부정행위를 막으려 도입한 필적 확인 문구인데, 떨리는 수험생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 구절이 매년 나오곤 합니다.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지난해엔 '시 별밭에 누워'의 이 구절을 따라적었습니다.

초롱한 별 같은 수험생들이 코로나와 싸우고 자신과 싸우는 전대미문의 전투를 치른 뒤에는 더욱 힘껏 반짝이길, 학부모의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학부모의 마음으로' 였습니다.

오현주 기자(ohj322@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뉴스제보 : 이메일(tvchosun@chosun.com), 카카오톡(tv조선제보), 전화(1661-0190)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