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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신동욱 앵커의 시선] 거덜들이 거덜 내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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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재개발로 대부분 사라졌지만 종로 뒷골목 피맛골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입니다. 조선시대 백성들이 높은 사람 행차를 피해 다녔던 길이지요. 수행하는 하인들이 "게 물렀거라" 하며 위세와 행패를 부리는 게 싫었던 겁니다.

"날랠 용 자를 떡 붙이고, 충충충충 거덜거리고 나간다…"

춘향가 관원 행차에 나오는 말 '거덜거린다'는 '거들먹거린다'와 같습니다. 둘 다, 왕실의 말을 돌보던 종7품 잡직인 거덜이, 행차 앞에서 몸을 흔들며 우쭐거린 데서 나왔습니다. 또 그렇게 흔들거리는 행태에서 나온 말이 '거덜 나다'입니다. '재산 다 들어먹고 집안이 결딴난다'는 뜻이지요. 예로부터 간은 정신을, 쓸개는 줏대를 상징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간의 기운이 너무 왕성해 겁이 없는 것을 '간이 부었다'고 하고, 허튼짓 하는 것을 '쓸개 빠졌다'고 합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의 본분을 잃은 거덜들이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