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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스트레이트] ESG클럽 만들고 연회비 2천만원씩…언론의 ESG 돈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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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경 ▶

펀드에 ESG 이름이 들어가면, 더 잘 팔린다. 참 ESG가 대세긴 대세인가 보네요.

◀ 허일후 ▶

그런데 이게 이름만 붙었지.

다른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금감원이 주의를 준 걸 테구요.

◀ 곽승규 ▶

네 기업도 그렇고 금융상품도 그렇고 ESG를 내세워야 소위 장사가된다…

이런 판단이 깔려 있는것 같습니다.

◀ 허일후 ▶

그리고 횡령죄로 물러났던 총수가 다시 ESG위원장을 맡으면서 복귀하는 모습은 참, 뭐랄까요.

그 의도가 의심스럽긴 합니다.

◀ 곽승규 ▶

네, 워낙 ESG가 유행이다 보니까 거의 모든 기업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는데요, 이 대열에 언론도 가세했습니다.

◀ 성장경 ▶

언론들도 ESG 경영을 선언합니까?

◀ 곽승규 ▶

그건 아니고요.

일부 언론들이 ESG를 이용해서 돈벌이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4월14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입니다.

ESG클럽을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대체 ESG클럽이 뭔지 찾아봤습니다.

1년간 매달 포럼을 열어 ESG를 공부하는 모임이란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좀 더 읽다보면 특이한 문구가 눈에 띕니다.

이 모임에 가입하면 자신들이 주최하는 ESG 경영대상 평가심사비를 할인해준다고 돼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ESG클럽에 가입하면 일간신문은 물론 자신들이 발간하는 월간지에도 기사를 실어준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대신 연회비를 받는다고 돼 있습니다.

가격은 전화로 문의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전화로 문의해봤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담당자]
(ESG 포럼 관련해서 문의드렸는데요. 비용이 전화로 문의라고 써 있어서요.)
"ESG 클럽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ESG 클럽입니다.)
"연회비가 2천만 원입니다."

연회비 2천만원.

회원모집 규모도 물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담당자]
(혹시 정원이 딱 있나요?)
"저희 목표는 100개 회사가 목표거든요, 회원 수가. 아마 5월 중순 경이면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의 목표대로라면 2천만 원씩 100개 회사, 그러니까 2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는 지면을 통해 자신들이 주최하는 또 다른 행사도 홍보했습니다.

[음성대독(3월8일 1면)]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상공회의소, 법무법인 율촌 등과 함께 ‘대한민국 ESG 경영포럼’과 ‘대한민국 ESG 경영대상’을 진행합니다. ESG 경영대상은 상반기 공공 부문을 대상으로 첫 시상을 합니다."

대한민국 ESG 경영대상의 첫 시상식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미 한국경제는 사회공헌기업대상, 대표브랜드 대상, 상생발전 대상 등을 기업들에게 주고 있는데, 상을 또 만든 겁니다.

후원은 산업통산자원부와 행정안전부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확인해보니 시상식에 참가하려면 돈을 내야 했습니다.

심사평가료 200만 원, 부가가치세는 별도입니다.

이 시상에는 공공부문, 즉 공공기관들도 참가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 시상식을 당초 계획된 날짜보다 한 달을 연기했습니다.

참여기관이 많아 심사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 담당자]
"평가를 진행하면 저희가 자비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외부 자문들을 모셔서 그거를 하다 보니 거기에 대한 비용, 그다음에 상장, 상패를 만들어야 하는 비용, 이런 여러 가지 비용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심사비를 받은 겁니다."

이번엔 매일경제 신문 지면을 살펴봤습니다.

여기에서도 ESG 클럽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전화로 ESG클럽에 대해 문의를 해봤습니다.

[☎매일경제신문 담당자]
(혹시 이게 회원 자격 이런 게 있나요?)
"지금 저희가 구상하기로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그래서 기업 분들한테 하려고 하는데 자격 그런 기준은 없는데요. (회비는) 매출액 기준으로 해서 1조 미만은 1년에 1천만 원이고, 1조 이상은 2천만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ESG클럽 가입비를 받고 있었습니다.

한국경제와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등은 이런 ESG 관련 포럼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포럼이 열릴 때는 대기업 총수나 CEO가 단골로 등장했고,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축사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들 언론사들은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ESG 행사를 적극 홍보했습니다.

[음성대독(3월8일 한경2면)]
"한경미디어그룹은 기업들의 ESG 경영을 돕기 위해 ‘대한민국 ESG 클럽’을 꾸릴 예정입니다. 클럽에 가입한 회원사들에 필요한 ESG 관련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제공합니다. "

[음성대독(5월16일 매경16면)]
"매일경제가 ESG의 변화 의지를 가진 기업들을 회원으로 모십니다. '매경 ESG클럽'은 기업의 ESG경영을 지원하는 동반자로서 ESG의 성공적 안착과 네트워킹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ESG 관련 행사를 개최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여기에 돈을내고 참여하라는, 사실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업 임직원(음성변조)]
"엄청 시달립니다. 공문만해도 엄청나게 와있어요 협찬 공문. 본인들이 원하는 액수만큼 안해 주고 아예 못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게 되면 마치 두고보자는 식의 반응도 있고요. 강탈이죠. 강탈."

기업들이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이유는 이들이 기사를 쓰는 언론사이기 때문입니다.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ESG 평가 결과를 내놓고 있는 점도 기업들에게는 큰 압박입니다.

[기업 임직원(음성변조)]
"ESG라는 것에 대해서 개념을, 그리고 기준을 명확하고 있지도 않은 언론사에서 그걸 평가한다는 목적으로 적게는 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씩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과연 그 언론사들이 ESG경영에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게 의문시되고요."

스트레이트는 ESG포럼이나 시상식을 운영하며 기업들에게 참가비를 걷는게 부적절하지 않느냐고 해당 언론사들에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는 "한국경제신문의 ESG 경영 콘텐츠와 프로그램은 많은 기업의 필요 및 제안을 반영해 제공되고 있으며 얼마나,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기업의 의사와 결정에 달려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매일경제 또한 "한국 기업들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매경 ESG클럽'을 결성한 것"이라며 "자사 출입기자를 통해 회원 가입을 요구하거나 사전 협조 공문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곽승규 기자(hearti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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