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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썩은 고목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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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 우간다 이민자의 딸, 주차장 집 딸, 파키스탄 버스 운전사 아들. 우유 배달원 아들. 2015년 집권 2기를 맞아 영국 캐머런 총리가 발표한 내각 명단은 보수 정부의 따뜻함과 배려가 어디까지인지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윌리엄 4세 국왕의 직계자손으로 옥스퍼드대학까지 나온 왕족이었지만, 캐머런은 '따뜻한 보수'를 내걸고 쓰러져가던 당을 살리고 정권도 찾아왔습니다. 캐머런 총리 당시 39세. 보수당 당수 선출 소감 "영국 국회에서 일상사가 된 뒷다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는 '희비극적 인형극' 같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 희귀병을 가진 아들을 돌보는 모습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장면은 보수가 왜 15년이나 버림받았었는지 그 해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죠.
그런데 알고보면 캐머런도 혜성같이 등장한 슈퍼맨은 아니었습니다. 17년간 보수당이 키워낸 차세대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수의 장례식'이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총선 이후 통합당에서 들려오는 세대교체론은 공허합니다. 키우지도 않았던 30대 40대 리더가 땅에서 솟아나길 바라는 듯해서 허욕으로 비처지기까지 합니다. 원로 진보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걱정할 정도로 권력의 초집중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수의 날개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공천 실패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사람은 침묵할 때를 모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당에 돌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