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모로코 '탕헤르·카사블랑카·에사우이라'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 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시로는 겁이 없는 편이다.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나 귀신의 집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고 쥐도 뱀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곤충. 곤충에 관해서는 포비아(공포증)가 있다고 할 정도로 비명을 지르게 된다. 특히 모기에 관해서는 밤에 귀에서 "애앵~"소리가 한번이라도 들렸다 하면 바로 온 집안의 불을 다 켜고 사람이 죽지는 않을까 싶을 정도로 살충제를 뿌리거나 기어이 모기를 찾아내 죽인 후에야 다시 잠을 잘 수 있다. 그런 시로에게 어젯밤 눈앞이 캄캄한 징조들이 보였으니 바로 숙소에 들어가기 전 복도 구석 이곳저곳에서 뒤집혀 죽어있는 커다란 바퀴벌레 사체들. 그리고 숙소 안 주방 문 뒤쪽에서도 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불안감이 커져왔다. 하지만 열흘치 숙박비를 내고 밤늦게 도착한 상황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할 수 없이 침대에 누웠다. 불안한 마음으로 쉽게 잠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 피곤했는지 그날 밤은 넘길 수가 있었다. 보이는 틈을 다 막아도 벌레가 나온 탕헤르 숙소 주방. 사진=김태원(ta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날이 밝았다. 편히 쉬려고 스페인 관광도 마다하고 달려왔는지라 아무데도 안나가고 밥이나 해먹으며 집에만 있었는데 대낮부터 부엌 찬장에, 거실 바닥에, 거대한 그 녀석들이 하나둘씩 출몰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쇼파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집을 뛰쳐 나와야 했다. 탕헤르 숙소는 그야말로 바퀴벌레 천국이었다 크기가 어른 손가락 두 세개를 겹친 것 만한 거대한 크기로 빠르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눈물이 날만큼 싫고 끔찍하고 공포스러웠다. 그길로 까브리에 올라가 문을 꼭 닫고 밖에 나가지 않았다. 집 앞 대형 쓰레기통이 그 녀석들의 본거지였나보다. 길가에도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그 것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파랗게 질려 차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시로를 걱정한 탄이 왔다. "나 그 열흘치 숙박비 그거 그냥 줘버려도 되니까 제발 여기서 나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여기서 일분일초도 더 못 있겠어" 하며 결국 눈물이 나왔다. 탄이 환불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갔다. 이야기를 하고 온 탄은 집주인이 자기가 관리하는 다른 숙소가 마침 비었다며 그 곳은 괜찮을 거라고 보고 결정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동네는 치가 떨려 너무 싫어서 당장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사실 돈 낸 것이 아까워서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계단으로 4층을 올라와보니 새로운 집은 처음 것보다는 컨디션이 나아 보였다. 일단 복도에 벌레사체가 없었고 샤워실과 화장실, 주방과 보일러 등이 무난해보였다. 방도 깔끔하고 가구가 별로 없어서 바퀴벌레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이곳도 역시 세탁기는 없었지만 며칠 지내기는 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결국 남은 기간을 여기서 묵기로 결정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쪼그라든 시로를 위해서 탄이 스페인에서 사온 돼지고기를 구워주었다. 시로의 신경은 여전히 날카로워진 상태여서 작은 것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불안했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며 이곳은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기며 조금씩 나아졌다. 모로코의 숙소에는 여러명이 둘러 앉을 수 있는 응접실이 있다. 사진=김태원(ta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에 비해 모로코는 훨씬 저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숙박비며 물가가 그리 저렴하지 않았고 환경이 열악해서 휴식은 커녕 집안에서 매일 불안해하며 긴장속에 지내야했다. 일년 내내 온화한 날씨로 건물의 만듦새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무척 설레고 즐거울 때가 있었는데 긴 여행으로 지친 우리는 낯선 환경에서 오는 긴장과 불안, 어려움들 때문에 더 이상 여행이 즐겁지가 않았다. "거기까지 갔는데 그 곳을 안가고 왔다고?"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위한 여행을 하지는 말자고 서로에게 이야기 했다. 남들이 좋다는 유명한 곳을 도장깨기하 듯 다니는 것 보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로코에서는 만날 사람이 없었고 이집트에서의 나쁜 기억때문에 카우치서핑을 하기도 겁이나서 우리가 가보고 싶은 몇군데만 가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이번 여행계획을 세울 때는 모로코에서 남아메리카로 차를 보내서 남미로 갈 생각도 했었지만 실제로 일년 가까이 걸려 모로코까지 와보니 이제 이 여행을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옮긴 집에서 며칠을 더 머물렀다. 창문에 방충망이 없어 모기나 바퀴벌레 같은 곤충이 들어올것이 두렵다고 탄에게 말했더니 인터넷으로 저렴한 모기장을 주문해주었다. 모기장 속에 들어가서야 시로는 벌레에 대한 불안을 이기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렇게 그 곳에서 밀린 영상작업도 하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고 하면서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동 없이 며칠 쉴 수 있었다. 여행을 통틀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탕헤르를 떠나는 날이 왔다. 드디어 이곳을 벗어나는 구나 싶고 두번 다시 오고싶지 않았다. 우리는 남쪽의 '에사우이라'를 향해 출발했다. 남쪽으로 가는 길에 우리는 수도 라바트를 거쳐 카사블랑카에 왔다. 카사블랑카는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도시이다. 우리 여행에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하얀색 포터 시티밴에게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라는 뜻의 까사-블랑카의 앞글자를 따 "까브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얀 색깔과 우리의 집과 발이 되어주고 있으니 딱 맞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이름을 가진 까브리가 드디어 자기 이름을 따온 도시에 온 것이다. 까브리가 고향에 온 듯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은 프랑스에서 만난 귀한 친구 베르나르씨의 고향이기도 했다. 모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였을때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이곳 까사블랑카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어릴적 프랑스로 이주하기는 했지만 까사블랑카를 고향같이 느끼는 듯 했다. 프랑스에 함께 있을 때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베르나르씨가 이야기한 빵집, 시장 등을 찾아다니며 그가 좋아한 풍경을 우리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모로코 까사블랑카의 까브리. 사진=김태원(ta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까사블랑카를 떠나 남쪽으로 쭉 내려가서 에사우이라에 도착했다. 나는 해산물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새우나 게 같은 갑각류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곳 시장에서 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영상을 보고 큰 기대를 하며 찾아왔다. 근처에 까브리를 잘 세워두고 성문같은 높은 문으로 걸어갔다. 근처에 배낭을 메고있는 여행자들이 많이 보였다. 문을 지나 시장으로 들어가자 양옆에 늘어선 오래돼 보이는 상점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국적이어서 마치 인디애나 존스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너무 신기했다. 에사우이라 시장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모로코에서 납작복숭아며 애플망고 등 한국에서 무지 비싼 과일들이 엄청 저렴하고 좋아서 실컷 먹을 수 있었는데 시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장 안쪽에 수산물 파는 곳을 찾아왔다. 대서양에서 잡힌 각종 해산물들이 가득가득하다. 커다란 생선들과 새우, 크랩 등 다양한 종류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 중 한 가게에서 큰 게를 두마리 샀다. 2만원에 쪄주고 위층의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잘 찐 게를 가져다주었다. 엄청 큰 킹크랩 크기의 게 두마리라 푸짐은한데 게 껍질이 두꺼워서 먹기가 쉽지 않았다. 다양한 생선들이 많다. 사진=김태원(ta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먹을 때는 웬만한 것은 손으로 깔 수 있었는데 여기 게는 종류가 완전 다른 것인 것 같다. 톱니가 있는 쇠집게 비슷한 장비도 있었지만 어림없었다. 우리가 낑낑대고 못 먹고 있으니 보다 못한 종업원이 깨줄까 물어보고는 가져가더니 망치로 깼는지 다리며 껍질을 부숴서 다시 가져다 주었다. 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긴 했지만 세척이 안되었는지 모래같은 것이 씹히기도 하고 파리가 너무 덤벼서 맛있게 먹기는 좀 힘들었다.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다. 역시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고 싼건 싼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식당을 나와 입가심으로 길가 쥬스가게에서 생과일 주스를 샀다. 다양한 과일을 즉석에서 갈아준다. 오렌지주스는 15, 복숭아주스는 20디르함으로 두 잔에 약 4500원 정도였다. 갓 짠 생과일주스를 마시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동쪽으로 약 3시간을 달려 마라케시에 도착했다. 콘도에 숙소를 잡았는데 바퀴벌레도 없고 시설이 좋아 더 묵고 싶었지만 다른 손님이 바로 예약이 돼 있다고 해서 하룻밤만 지낼 수 있었다. 마라케시는 야시장도 유명하고 모로코의 관광도시 중 하나였지만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아 우리는 그냥 하루 쉬고 다시 동쪽의 사막으로 떠났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https://youtu.be/XwR3jS5eHYc?si=jmEmcSdq5b22ZUQk> #사하라사막 #내차타고세계여행 #부부세계여행 #카사블랑카 #탕헤르 #모로코여행 #에사우이라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방영일 | 2025.04.25 |
---|---|
시청연령 | 모든 연령 시청가 |
카테고리 | 라이프 스타일 |
[영상] 윤여준 “국민의힘은 한계정당이자 구걸정치 집단”
0똑똑한 사람도 당했다...'전세사기' 피하는 법 들어보니 [집 나와라 뚝딱!]
1“수익보다 절세가 쉽다"…투자하면서 비과세 혜택 챙기는 2030 [영앤리치 상담소]
1[영상] 김문수, 천군만마 되어준 ‘도지사 선배’ 손학규
1[영상] 국내 최대 모터사이클 축제...할리데이비슨 ‘제27회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
2[영상]이재명 '1·2·3 투표 캠페인'...“1번 2재명 3표 부족해”
230대 직장인 "세금의 계절 5월...종소세·양도세 신고 준비 어떻게" [세무 재테크 Q&A]
0"75번의 헤어핀을 달려..골로 갈 뻔했지만 풍경은 멋졌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4>이탈리아 스텔비오
2침대에서 눈뜨면 한강이.."성공했네" 소리 듣는 MZ 원룸[집나와라 뚝딱!]
0[영상] 이재명 “후보 배우자 TV토론회? 배우자가 정치하냐!”
0[영상] 김문수 “죄 많은 사람 방탄 말고 감옥 가는 것이 안전”
0[영상] 정부, 통상 위기 28.6조 투입…"미국발 관세영향 최소화 집중"
0[영상] 유동규 “이재명 호텔경제론... 가짜 경제학 이야기”
1[영상] 이재명, 경기 북부 기반취약...“경기도 당장 분리 못 해“
0[영상] 김문수 “결혼하는 청년 9년간 주거비 지원...”
3[영상] 이재명 후보, 국내 최초 ‘방탄유리막’ 유세
0[영상] 김문수 “이준석은 헤어져 있으나 하나다”
0[영상] 김문수 “판교 만든 김문수입니다”... 출근길 인사
2"유럽의 서쪽 끝 '호카곶'에서 만세를 외치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3> 포르투갈
1보증금 500에 이런 것까지?...보면 깜짝 놀라는 '원룸의 끝판왕'[집 나와라 뚝딱!]
4[영상] ‘국힘 탈당’ 김상욱 이재명 지지...“이재명이 가장 보수다운 후보”
0[영상] 김문수, 서울 첫 출근길 유세…'악수·셀카' 수도권 공략
0"5년 안에 1억 모으기"…사회초년생을 위한 현실 재테크 플랜 [영앤리치 상담소]
1‘지지자 한 명당 621원’ 이준석, 실속형 돌풍… 보조금 격차 뚫고 존재감
0"죽은 피해자, AI로 재현해 법정에 섰다면...과연 공정한가?" 논쟁에 빠진 미국 [영상]
0[영상] 곽규택 “정청래는 전직 테러리스트”...정청래 “곽 의원 좀 귀여워”
1[영상] 김문수 “가짜 진보 확 찢어버리고 싶다”
1이준석 "범보수 빅텐트는 떴다방…이재명 퍼주기 공약엔 재원 빠져"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0이준석 "빅텐트? 다 찢어진 망가진 텐트..이번 선거 큰 변화 온다"[대선주자에게 듣다]
0"이게 그집이라고?"...'전세사기' 그집의 대반전[집 나와라 뚝딱!]
3[영상] 권성동 “‘한덕수 후보’ 누가 끌어냈냐?... 당원과 국민들이 끌어낸 거다”
4[영상] 추경 빨리빨리...“3개월 내 70% 집행”
2‘알고리즘 투자 시대’ 카이스트 학생 포트폴리오는? [영앤리치 상담소]
2美증시 반등에 베팅… 美주식 ETF 사모으는 개미
1[영상] 김상훈, 여론조사 격차 20%p… “1:1 되면 달라질 것”
0[영상] 한덕수 대선출마...“3년 내 개헌 후 대통령 그만두겠다”
1"사막에서 물놀이 해봤어? 이게 웬 호사인가"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1>모로코 '사하라'
0'서울 로또' 드디어 나왔다...10년이 편해진다는 여기 [집 나와라 뚝딱!]
0[영상] 권성동 "이재명, 국민통합 정치쇼…특검법 개악해 정치보복 준비“
1[영상] 중소기업 매출 기준 상향, 매출한도 1800억원 이하
2주식과 채권, ‘삐약 베이커리’로 풀어드립니다 [영앤리치 상담소]
3[영상] 이재명 견제하는 국힘 "조선노동당 득표율 총통 추대식“
3[영상] 권성동 "민주당, 대선 앞두고 편파방송 판 깔아"
2[영상] 박찬대 "文 기소? 검찰 셀프 개혁 대상 입증“
22"쉴새 없는 바퀴벌레들의 습격에 눈물콧물 주르륵"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0>
8"엄마 나 여기 살고 싶어"...'원룸계 에르메스' 들어가보니 [집 나와라 뚝딱!]
11“적금만으로 내 집 마련 불가”…주식에 베팅하는 2030 투자 트렌드 [영앤리치 상담소]
2[영상] 권성동 “이재명 비판하면 ‘입틀막’... 독재국가 하이패스”
6[영상] 박찬대, 한미 고위급 통상 협상 “모든 권한 새 정부에 넘겨야”
4[영상] 이재명, 상법개정안 재추진...“나도 한때 큰 개미"
4[영상] 임이자 “이재명은 못합니다 국민의힘이 합니다”
3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